
주말마다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던 캠핑카와 SUV들이 이제는 중고 거래 앱에서 반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저도 2021년 코로나 시기에 가족과 함께 캠핑장을 찾았던 기억이 있는데, 솔직히 그때 느꼈던 비효율성이 지금 생각해도 선명합니다. 500만 원 넘게 장비를 구입하고 텐트 설치에 몇 시간을 쏟아부은 뒤, 다음 날 아침엔 젖은 텐트를 말릴 새도 없이 서둘러 철수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당시엔 주변에서 금요일마다 캠핑을 떠나는 게 마치 시대의 유행처럼 번져갔었죠. 지금 캠핑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때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새삼 실감합니다.
코로나가 만든 캠핑 거품, 그리고 고비용 구조의 함정
코로나 팬데믹 시기,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캠핑은 유일한 여행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실내 활동이 제한되던 2020년부터 2023년 중반까지, 사람들은 일상의 스트레스 탈출구로 캠핑장을 찾았죠. 저 역시 그 시기에 우리 4인 가족이 적절한 캠핑 용품을 갖추고 캠핑장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완전 고비용의 장비에 처음 텐트를 설치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캠핑 시장은 급성장했고, 2024년 기준 시장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화려한 숫자 뒤에 숨겨진 진입 장벽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거실용 텐트 하나에 200만 원, 여기에 의자, 테이블, 침낭, 조리 도구까지 구색을 갖추려면 500만 원에서 600만 원이 순식간에 깨졌죠. 소형차 한 대 값이 드는 취미가 된 겁니다.
게다가 한국의 캠핑 문화는 유독 '이사 수준의 짐'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금요일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짐을 싣고 캠핑장에 도착해 땀 뻘뻘 흘리며 텐트를 치고 나면 이미 밤 10시가 넘습니다. 다음 날 아침엔 결로 때문에 축축하게 젖은 텐트를 말릴 새도 없이 11시 퇴실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철수해야 하죠.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왜 이 돈을 쓰고 이 고생을 하지?'라는 회의감이 들게 됩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캠핑 장비를 사놓고 몇 번 못 쓰고 정리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캠핑장 배짱 장사와 가성비 공식의 붕괴
캠핑 수요가 폭발하자 캠핑장 운영자들은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정도가 지나쳤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3만 원에서 4만 원 하던 1박 요금이 지금은 7만 원, 10만 원을 훌쩍 넘깁니다. 고급 글램핑장은 성수기에 30만 원에서 50만 원을 부르기도 하죠.
가격만 비싸면 그나마 이해라도 할 텐데, 운영 방식도 문제였습니다. "저희는 1박 예약 안 받습니다. 무조건 2박 이상만 예약하세요"라는 식의 강매가 횡행했죠. 직장인이 주말에 어떻게 2박을 하겠습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토요일 하루만 자는데도 2박 요금을 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인원 추가 요금, 방문객 차량 1대당 만 원 같은 옵션 요금까지 붙으면서 1박에 15만 원에서 20만 원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시설은 어땠을까요? 샤워기 물은 졸졸 나오고 화장실에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옆 텐트와는 너무 붙어 있어서 말소리가 다 들렸죠.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봅니다. "이 돈이면 에어컨 빵빵하고 조식 주는 호텔을 가지, 내가 왜 흙바닥에서 잠을 자?" 소비자들의 마음속에서 가성비라는 공식이 완전히 깨져 버린 겁니다.
20만 원을 내고 불편한 시설에서 잠을 자느니, 같은 돈으로 쾌적한 호텔에서 푹 쉬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퍼진 거죠. 개인적으로는 비용 대비 만족도가 너무 낮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한 번 다녀온 이후에는 다시 갈 생각이 쉽게 들지 않았습니다.
해외여행이라는 강력한 대체재의 등장
코로나가 끝나고 하늘길이 열리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인천공항은 다시 사람들로 미어터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생각했죠. "텐트 칠 돈으로 일본 가서 온천하고, 동남아 가서 마사지받자." 실제로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캠핑 인구 중 가볍게 즐기던 사람들이 대거 이탈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장비 구입과 노력, 시간을 계산해 보니 그냥 좋은 장소에 편안한 여행을 갔더라면 하는 생각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캠핑장 요금이 20만 원으로 오르자, 같은 돈으로 저가 항공과 호텔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게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 거죠.
국내에 남은 사람들 중에서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 직구 플랫폼의 등장으로, 국내 브랜드에서 20만 원 하던 텐트가 5만 원에서 6만 원에 구매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품질 차이는 있겠지만, 1년에 한두 번 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정도 퀄리티면 충분했죠. 매장에서 제품 구경만 하고 결제는 알리에서 하는 쇼루밍족이 늘어나면서 동네 캠핑 용품점들은 임대료도 못 건지고 줄줄이 폐업하게 됐습니다.
기술 발전과 시장 양극화가 만든 중간층 붕괴
흥미로운 점은 기술의 발전이 전통 캠핑 시장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요즘 전기차에 탑재된 차량의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공급하는 기능이 캠핑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가스버너, 무거운 파워뱅크, 배터리를 챙겨야 했지만, 이제는 전기차에 코드만 꽂으면 에어프라이어로 요리하고, 전자레인지를 돌리고, 에어컨까지 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누가 가스버너를 사고, 누가 랜턴을 사겠습니까? 기술의 발전이 전통적인 장비 업체들의 설 자리를 없애 버린 겁니다.
지금 캠핑 시장은 극단적인 양극화 상태에 빠졌습니다. 중간이 없습니다. 아예 차에서 잠만 자는 차박이나 배낭 하나 매고 떠나는 백패킹으로 아주 간소하게 가거나, 아니면 아예 수억 원짜리 캠핑카를 사고 1박에 50만 원짜리 럭셔리 글램핑을 가는 초호화로 나뉩니다. 가장 돈이 됐던 4인 가족이 텐트 치고 고기 굽는 그 거대한 중간 시장이 붕괴된 겁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과 유행을 통한 캠핑 용품 제조사들은 향후 일어날 일보다는 현재의 유행 소비 패턴만을 고려해서 사업 확장과 용품 개발을 한 것은 사업적 패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에 의존한 형태에서 종식 후 변화를 고려했다면 개발 투자에서 신중한 것이 현명했을 겁니다.
뒤늦게 캠핑장 창업에 뛰어든 분들의 상황은 더 심각해 보입니다. 큰돈을 들여 시설을 만들었는데 손님은 줄고, 고정비 부담은 커지다 보니 버티기 어려운 곳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캠핑장 운영에 뛰어든 신규 사업자도 코로나 종식으로 인한 사업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예상을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경제적 파탄은 면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변화가 단순히 유행이 끝난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상식적인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고, 해외여행이라는 강력한 대체재에 패배했으며, 저가 중국산 공세와 기술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총체적인 구조적 붕괴입니다. 하지만 캠핑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거품이 꺼지고 나면 진짜 캠핑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남는 건전한 조정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준비되지 않은 기업과 유행만 좇아 창업한 캠핑장들의 고통스러운 구조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지금 창고에 쓰지 않는 텐트가 처박혀 있지는 않으신가요? 불멍의 낭만 뒤에 숨겨진 차가운 경제의 현실을 되짚어볼 시점입니다. 솔직히 저도 그때 샀던 장비를 다시 꺼낼 생각은 쉽게 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