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뉴스를 봅니다. 경제 뉴스에서는 대기업 실적이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경기가 회복세라는 분석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뉴스에서 말하는 경기 회복과 제가 장을 보면서 느끼는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가 안정되고 생활이 나아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런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대기업 실적과 전체 경기의 괴리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경기 회복 신호는 대부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나 대기업의 영업이익 증가 같은 거시경제 지표에서 나옵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2.1%를 기록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분명히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TV에서 "기본 생필품 가격 인하" 같은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의문이 듭니다. 실제로 마트나 시장에 가보면 체감되는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계란 한 판 가격, 식용유 한 병 가격을 보면 예전보다 확실히 올랐고, 인하됐다는 발표 이후에도 제자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기 회복을 판단하는 또 다른 지표로 KOSPI(한국종합주가지수)가 있습니다. KOSPI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를 종합해서 만든 지수로, 쉽게 말해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의 온도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경기가 좋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가 상승의 혜택은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만 돌아가고, 주식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보통 가정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습니다.
국내 자영업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실적이 좋아진다고 해서 골목상권의 매출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체 경제는 성장하는데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힘든 기색이 역력합니다.
물가와 소상공인이 느끼는 현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들어오는 재료비가 오르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은 오른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입니다. 그러면 매출이 줄고, 자영업자들의 삶은 더 팍팍해집니다. 이건 누구나 아는 악순환입니다.
그렇다면 경기가 좋아지면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물가가 안정되고 재료비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이걸 느낍니다. 경기 회복 뉴스가 나온다고 해서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 가격이 확 떨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번 오른 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는 게 제 경험입니다.
소상공인들도 이 문제를 잘 압니다. 박리다매(적은 이윤으로 많이 판다)의 원리를 모르는 사업자는 없습니다. 마진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면 매출이 오를 수 있다는 걸 다들 압니다. 하지만 실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장 매출은 오를지 몰라도, 들어오는 재료비와 임대료를 감당하려면 결국 빚을 내거나 다른 곳에서 돈을 융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겪을 때 균일가 할인점인 다이소가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경기가 어려울 때 저렴한 공산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몰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경기가 일시적으로 좋아진 이후에도 이런 균일가 할인점은 여전히 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점심시간에 가격파괴 음식점 앞을 지나가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성실하게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경기 여부와 상관없이 힘든 게 현실입니다.
소비자물가는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3.6% 상승했습니다. 실제 생활물가를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런 수치는 언뜻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저같이 고정 수입으로 생활하는 가정에서는 체감 부담이 훨씬 큽니다.
경기 회복의 진짜 출발점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얼굴에서 "조금 살만하다"는 표정이 보일 때입니다. 개인의 삶이 나아졌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경기가 회복됐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것과 골목 상권이 살아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는 뉴스에서 말하는 경기 회복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 회복이 누구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어떤 지표를 보고 판단한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과 개개인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진정한 경기 회복은 저처럼 퇴근 후 장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부담이 줄었다"라고 느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 아닐까요?